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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죄인들의 종착점. 악마들의 둥지. 악마들은 지옥을 지배하고 망자들은 그 밑에서 영겁토록 고통 받는다. 악마는 지배자, 망자는 그저 노예. 그것은 신화시대 이래로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은 규칙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들은 약자였다. 지옥의 입구에 나타난 살아 있는 인간 하나. 입구를 지키는 악마들은 당연히 그를 죽여 노예로 삼기 위해 달려들었다. 보통 인간은 물론이고 내로라하는 술사일지라도 지옥에서는 약해지기 마련이니까.

하나 이기지 못했다. 무엇을 했는지도 알아차리지 스타토토사이트 누웠다. 사내는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 되려 더욱 강한 악마를 부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잠시 후 입구를 관리하는 천마장이 나타났지만 그도 잠시 후 롤토토사이트 누웠다. 만마장이, 72주가 자신만만하게 사내를 덮쳤지만 결과는 모두 동일.

“꽤나 날뛰어 주었군.”

끝내 나타난 것은 한빙지옥의 군주, 대령음왕.

명실상부한 지옥의 정점 중 하나.

“인간 주제에! 분수를 알아라!”

혹한이 휘몰아쳤다. 살을 에는 칼바람에는 뼈까지 얼려 버릴 한기가 깃들어 있었다. 입구에 있던 수천의 망자는 물론이요, 바닥에 누워 있던 악마들까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대령음왕은 군주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 하지만 애석하게도, 상대가 좋지 못했다.

“내, 내가……. 이 대령음왕이 한음술寒陰術에 당하다니…….”

대령음왕은 그렇게 내뱉고는 이내 커다란 얼음덩어리로 화했다. 롤베팅 지배자가 얼음에 갇혀 패배한다는 모순적인 상황. 하지만 사내에게는 조금의 감상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령음왕이 패했다는 소식에 달려온 것은 군주 전원. 공석이 된 흑암과 롤배팅 패배한 한빙을 제외한 일곱 군주가 모두 모여들었다. 그들 대부분은 낯선 인간의 모습에 어리둥절해했지만 오직 둘만이 사내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배, 백화이!”

“네놈이 왜!”

북유럽에서 만났던 시즈에르와 수르트. 그들은 당황했지만 곧 화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화이가 강하다는 것은 안다. 군주를 제압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것 또한. 하지만 지옥의 군주 전원을 상대하고 이길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아무리 네놈이라도 군주 일곱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물론, 완벽한 오산이었다.

정말 짧은 순간. 한순간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찰나. 스타베팅 롤드컵토토 일곱이 동시에 쓰러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시즈에르가 침음을 흘렸다. 불가해不可解. 동시에 모든 군주가 쓰러졌지만 어떻게 당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한순간, 화이가 손을 내저었을 뿐이다. 단지 그것뿐이었는데도.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손 하나 꿈쩍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바닥에 누워 버렸다.

일전의 화이도 무지막지한 강자였음은 틀림없다. 하지만 올림포스를 불러오는 것은 이 지옥에서 사용할 수 없다. 그렇기에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의 화이는 명백히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시시하군.”

화이는 그것을 끝으로 멀어져 갔다. 아무도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롤토토 스타토토 군주. 지옥의 총 전력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족히 5할은 될 것이다. 그런 존재들을 상대하면서 상처를 입기는커녕, 단 한순간에 싸움을 종식시키는 자. 시즈에르는 그런 존재를 무어라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괴물.’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공포를 담은 눈으로 그를 응시하는 것뿐.

* * *

지옥의 엘리베이터는 멀쩡히 동작하고 있었다. 화이는 망설임 없이 발을 옮겨 지옥의 가장 깊은 곳, 무간으로 향했다. 로고스는 지옥에 들어온 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의 옷자락만을 잡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화이를 마주한 것은 무간지옥의 유일한 죄인, 가롯 유다였다. 전과 마찬가지로 밧줄에 목을 매단 채였다. 그는 나름 미소를 지어 보이려 한 것 같지만 오히려 얼굴이 더욱 흉하게 일그러졌을 뿐이다.

“그는 어디에 있나.”

마신은 그곳에 없었다. 화이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간지옥에 있는 이는 오직 가롯 유다뿐.

“엇갈리신 것 같군요.”

가롯 유다가 살짝 웃어 보였다.

“그분은 당신을 마중하러 나가셨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더는 볼일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때 가롯 유다가 화이를 잡아 세웠다.

“그리고 전하라는 물건이 있었습니다.”

가롯 유다가 내민 것은 한 자루의 단검. 평범한 단검임에도 얼마나 많은 피를 삼켰는지 검신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미약한 요기마저 느껴지는 단검은 꽤나 긴 세월을 거친 듯 이빨은 죄 빠져 있었고 손잡이는 낡아 헤져 있었다.

“…….”

화이는 단검을 품에 넣었다. 모종의 확신을 품은 채로 그는 다시금 발걸음을 돌렸다.

* * *

“여어, 이제 오나?”

이환하숙 옆의 공터. 화이도 메피스토도 몇 번이고 시간을 보냈던 장소. 마신은 그곳에 있었다. 가면 너머로 마신이 능글맞게 웃어 보였다.

“그래. 선물은 잘 받았고?”

“잘 받았지.”

화이가 품에서 단검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 들린 단검은 두 개. 마신에게 받은 것이 훨씬 낡아 있기는 했지만 모양은 물론이고 눌어붙은 피의 흔적까지 똑같은 물건. 겪은 세월은 달라도 두 자루의 단검은 완전히 같은 것이었다.

“이미 갖고 있는 물건을 주다니. 센스가 없어.”

“클클클…….”

마신이 소리 죽여 웃었다.

“이제 이딴 것은 필요 없겠군.”

마신이 가면을 벗어던졌다. 로고스가 헉, 하고 숨을 들이마시었다. 가면 너머에서 드러난 얼굴은 그녀가 아는 것이었다. 문제는, 너무나도 잘 아는 얼굴이었다는 것.

“…아버지가, 두 명?”

마신은 놀랍도록 화이와 같은 얼굴을 취하고 있었다. 만일 화이가 온갖 고뇌와 좌절을 겪고 초췌해진다면 딱 저러리라, 싶은 얼굴.

이전만 한 강함은 없더라도 로고스의 본질은 자동정보처리용 의사신격. 꿰뚫어보는 것만큼은 이미 극에 달해 있었다. 그래서 마신의 얼굴이 꾸며 낸 것이 아님을, 본연의 모습임을 알 수 있었다. 알 수 있었기에 더욱 큰 의문이 들었다.

“나를 이렇게 마주하니, 참 이상한 기분이로군.”

“금방 익숙해질 거다.”

마신이 킬킬 웃었다.

“그보다 자네, 거짓말을 했지?”

“응? 뭘 말하는지 모르겠군. 내가 속인 자들이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하나하나 기억하겠나.”

“신왕의 봉인.”

화이의 두 눈이 가라앉았다.

“자네는 결국 신왕의 봉인에 가로막혀 만상서고의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오르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아. 그거? 거짓말은 아니다.”

마신이 손을 내저었다.

“이번 세계에서는 3층에 가지 않았지.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만상은 이미 이곳에 들어 있거든.”

자신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던 마신이 킬킬 웃었다.

“그보다 신왕놈들, 허튼짓을 했어. 만상서고의 봉인이라니. 제깟 놈들이 무슨 수로 만상서고를 봉인해?”

“내가 보았을 때는 성공한 것 같던데.”

“아. 조금 이용했지.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풀릴 봉인이지만 세 개의 열쇠라는 것이 꽤 마음에 들어서 말이야. 어때. 꽤 재밌었지?”

화이가 작게 한숨 쉬었다.

“…악취미로군.”

마신이 이 세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뻔히 들여다보였다. 그에게 세계란 자신의 손바닥 위에 놓인 장난감일 뿐. 물론 지극히 소중한 장난감이겠지만 자신이 멋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네가 소설 속 주인공이라도 되는 줄 아나.”

“소설이라. 좋지. 그럼 생각난 김에 잠깐 옛날이야기를 해 볼까.”

마신이 클클 웃으며 턱을 긁적였다.

“오래전, 이 세계가 탄생하기도 전에.”

마신이 웃었다. 화이와 똑같은 미소를 지었다.

“한 남자가 있었다. 모든 것을 잃고 발버둥 친 끝에 세계의 정점에 달한 남자가.”

화이는 마신이 말하는 사내를 알고 있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화이는 그의 삶을 본인이 되어 지켜보았으니까. 만상서고가 없는 세계의 화이. 마신이 말하는 것은 바로 그 사내였다.

“사내는 세계를 바꿀 힘을 손에 넣었다. 시간을 되돌려 태초부터 모든 것을 다시 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지. 어떤 세계가 좋은 것인가. 어떠한 방향으로 세계를 바꾸어야 하는가.”

어떠한 세계가 옳은가.

화이 또한 몇 번이고 고민했던 의문.

“당연하게도, 악한 자도 있고 선한 자도 있다. 악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란 불가능하다.”

마신이 입가를 뒤틀었다. 미소를 짓고 있음에도 화이는 그가 슬퍼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악업을 떠맡을 존재가 있다면 어떨까.”

마신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모든 죄와 악을 짊어지는 최악의 악당이 존재하는 세계라면,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마신이 양팔을 쫙 벌려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신성한 신의 사도와도 같아 보였다. 마신의 얼굴에 나타난 것은 사명감. 오직 자신만이 세계를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오만하기 그지없는 선민의식.

“그래서 백화이는 마신이 되었다.”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신화시대를 끝내었다. 스스로 가장 깊고 어두운 곳에 머물기를 택했다. 혼란을 불러오게 될 신왕들을 절멸시켰다. 망자를 벌하는 임무를 자청했다. 세계를 다섯으로 찢고 진명이라는 법칙을 세워 본질을 강요했다. 선한 자는 선한 자로, 악인은 악인으로 남을 수 있도록.

온갖 경멸을, 저주를, 증오를 받았다.

하나 그런 것 따위, 이미 짊어질 생각이었다.

“내가 악惡이다. 논리도 명분도 없이 그저 힘을 휘두르는 절대악. 쓰러트릴 수 없을 만큼 강대한 동시에 모든 악과 죄를 낳는 근원.”

화이는 마신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자신이었기에 얼마나 괴로워하고 고민한 끝에 악을 자처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진명의 격을 나누었다. 그 정점에 위치한 것은 근원의 여섯 좌. 제멋대로이되 도리를 알고 탐욕을 부리더라도 포악하지는 않은 이들. 옥황이나 염라도 균형을 거스르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균형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신왕들은 모두 제거하였다. 그 결과, 혼란이 잦아들었다. 세상은 보다 안정되었다.

하지만 그뿐. 이해하되 공감할 수는 없었다.

“자네의 이론에는 세 가지 허점이 있네.”

화이가 입을 열었다.

“첫째, 애초에 절대악이라는 존재가 지극히 이치를 거스른다는 것.”

마신이 조용히 화이를 쏘아보았다. 그 눈 속에서는 황금빛 원들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둘째, 자네가 악인이 아니라는 것.”

절대악? 모든 죄와 악업을 짊어진다? 애초에 세상을 위해 스스로 모든 악을 떠안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는 악하다 할 수 없다. 극한에 가까운 자기희생. 그런 자는 마신이 아니라 성인이다.

“셋째.”

화이의 입술이 열렸다. 로고스도, 마신도 그것을 지켜보았다. 영문 모를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화이가 읊조렸다.

“내 존재를 간과한 것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