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컨디션도 괜찮고 즐거운 느낌이였습니다.

서울의 백신 센터.

해병대와의 교신에서 7함대의 몰락을 스타토토사이트 들은 일행은 안도의 한숨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단, 그 내용에 정이진의 전사에 관한 소식은 없었다.

일행이 들은 건 재정을 비롯한 네 사람과 연합군이 7함대를 무너뜨렸다는 것뿐이었다.

옥상에 오른 영만이 깨끗하게 비워진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재정이가 일부러 우릴 돌려보낸 것이었군.”

“서운해할 거 없어. 나랑 사제님도 그렇고 부상이 심했잖아.”

범식이 달래듯 말해 보지만, 영만은 와닿지 않는 눈치였다.

“자네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나는 다르지 않나.”

“본인 나이도 생각해야지.”

“나이? 허허, 자네가 아직도 나를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영감이 지금까지 우리한테 보여 준 모습을 생각해 봐. 갈수록 증세가 롤토토사이트 심해지고 있잖아. 따라갔으면 또 손에 피를 묻혔을 텐데, 뒷감당은 누가 하라고?”

“이거 완전 환자 취급이로군.”

“말이 그렇다는 거야. 그리고 젊은 놈들을 두고 영감을 보내는 건 나도 반대야. 늙은이가 먼저 죽어야 한다는 것도 영감의 개인적인 생각인 거고. 사람 가는 데 순서가 어디 있어?”

“끄응…….”

“괜히 서운하다 어쩐다 하면서 고집부리지 말고, 그냥 한재정이 시키는 대로만 해. 지금까지 그 자식 말 들어서 잘못된 거 있어? 과정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인 거고. 영감은 다른 것보다 밤마다 찾아온다는 그거부터 좀 어떻게 해.”

영만은 반박하지 못했다.

센터로 돌아온 뒤로 전쟁의 후유증로 인한 환각 증세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 아래 거뭇거뭇하게 내려앉은 눈 그늘만 봐도 그가 얼마나 잠을 설치는지 알 수 있었다.

희한한 건 위기가 몰아칠 때는 이런 증상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고 판단력이 또렷해지곤 했으니까.

문제는 위기를 넘긴 직후였다.

제약 회사 연구소를 떠나 서울에 처음 도착했을 때도 그랬다.

버스 위에서 불침번을 서던 영만은 가로등 아래에서 몰려드는 동료들의 환영을 보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미사일사령부를 탈환하고 돌아온 그날 밤부터 영만은 또다시 환각 증세에 시달렸다.

안전하게 센터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인 데다, 그간의 사건이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다.

민영이 몇 번이나 약물 복용을 권고했지만 그는 롤베팅 받아들이지 않았다.

약을 받아먹으면 정말 정신병자라도 되어 버릴 것 같아서였다.

영만은 칠순에 가까운 노인이다.

그마저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를 떠도는 치열한 삶을 살았다.

동료들의 죽음과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참혹한 광경들.

그 숱한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오직 자신의 판단력 덕분이라 여기는 영만이었다.

그랬던 젊은이가 노인이 됐으니, 젊은 시절의 고집은 자연스레 아집이 되기 마련이다.

이건 영만이 어리석거나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힘든 삶을 살아온 노인들에게서 으레 볼 수 있는 특징인 것이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던 범식이 영만의 어깨를 툭 건드린다.

“이제 딸내미 말 좀 듣지?”

“나만큼 민영이 말을 잘 듣는 사람이 롤베팅 있다고.”

“약 말이야.”

“그 이야기는 하지 말게.”

“다 큰 딸내미가 새벽마다 아빠가 잘 자는지 확인하는 게 정상적이야?”

“나도 그 녀석 어릴 때는 꼼짝없이 밤을 지새우고는 했다네.”

“갓난아기 돌보는 거랑 같아?”

“알고 있네. 나도 내 상태가 어떤지.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고 나서 약에 의지해야지 않겠나? 사람이란 게 그렇다네. 의지할 곳이 생기면 나약해질 수밖에 없지. 난 아직 지킬 게 많아서 어디 의지할 생각 따윈 없어.”

“…하여간 영감탱이, 말이라도 못하면.”

“이제는 자네들도 내 자식이야. 내가 항상 정신을 롤배팅 차리고 있어야 큰일도 피해 갈 수 있는 거라고. 늙은이라고 무시하지 말게. 젊은 자네들이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걸 알아차리는 게 늙은이들의 지혜니까.”

“내가 언제 무시했다고 그래? 걱정돼서 하는 말이지.”

씁쓸한 얼굴로 서 있던 영만이 화제를 전환했다.

“그나저나… 사제님은 좀 어떠신가?”

“똑같아. 부러진 갈비뼈가 하루아침에 붙을 리 없잖아.”

그랬다.

사제는 센터로 돌아온 뒤부터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제아무리 신의 대리인이라도 부러진 뼈가 붙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범식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허수아비처럼 누워서 입만 중얼거리는 사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피울래?”

“됐네, 이 친구야.”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담배 정도는 괜찮잖아. 혹시 알아? 이게 증상을 완화해 줄지.”

영만은 담배를 내미는 범식의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말했잖나. 뭔가에 의지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범식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자네는 왜 자꾸 담배를 끊었다가 피우기를 반복하는 건가? 얼마 전엔 또 끊었다더니.”

“아니, 나도 끊으려고 했는데…….”

연기를 내뱉던 범식이 난감한 얼굴로 재를 털었다.

“했는데, 그런데, 맞는데. 그거 다 변명할 때 쓰는 말 아닌가?”

“예, 그럼요. 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게 다 스타베팅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겁니다.”

“참나.”

영만은 콧방귀를 뀌며 웃었다.

어느덧 높이 떠올랐던 해도 강의 서쪽을 따라 저물어 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옷깃을 여미었다.

한낮에도 영하의 기온이 이어지긴 했지만, 일몰이 다가오면 낮과 비교할 수 없이 급격하게 추워졌다.

불과 얼마 전에 버스 안에서 동사할 뻔했던 두 사람은, 작은 기온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내가 살아서 다시 전기가 켜지는 걸 볼 일은 없겠지?”

영만이 도시 전체에 내려앉은 옅은 롤드컵토토 보며 중얼거렸다.

“전기 끊어진 지 고작 며칠 됐다고 앓는 소리는…….”

“곧 수도도 끊어질 걸세.”

“그걸 어떻게 알아?”

“이 친구야, 원래는 지금까지 물이 나오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라네. 전기도 마찬가지지. 누군가 인천에 있는 발전소를 돌리고 있었을 수도 있고, 수도사업장을 가동 중일 수도 있겠지만 결코 영원하진 못할 걸세. 결국 당연하게 누리던 걸 하나둘씩 잃고 말 거야.”

“그럼 어떻게 해?”

“뭘 어떻게 하나. 당연히 벙커로 가야지. 거긴 지하수를 뽑아 올리고 있으니 물 공급에 문제가 없을 테지. 대한민국 어딜 둘러봐도 벙커만큼 안전한 곳은 없을 걸세.”

범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정이 돌아오는 대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벙커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북한군에 이어 7함대까지 무너졌으니 더는 서울에 머물 이유가 없기도 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가온이 보고 싶었다.

아이를 품에서 떼어 내고 다니는 건 생각만큼 그렇게 자유롭지도, 평온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견딜 수 없는 허전함과 더불어, 날마다 아이의 사랑스러운 체취를 그리워해야 했다.

그만큼 범식에게 가온은 절대적인 존재가 되어 가고 있었다.

범식이 이마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 예전에 말이야.”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안전지대에서 영감한테 했던 말은 아직 후회하고 있어. 딸내미랑 롤토토 걸로 내가 했던 말… 이제 잊어버려.”

“갑자기 왜 이러나?”

영만은 불편하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가온이를 책임지면서 많은 일을 겪었어. 그때마다 솔직히 영감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 내가 이대로 가온이를 기르고 나서 늙었을 때, 누가 나한테 그렇게 말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뭐, 그런 거지.”

“그래서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나?”

“그걸 꼭 들어야겠어?”

“하려면 끝까지 하게.”

영만이 팔짱을 낀 채로 이어질 대답을 기다렸다.

꼭 사과를 받아야겠다는 것보다는 범식의 스타토토 기특했던 모양이다.

“어떤 기분이기는, 때려죽이고 싶었겠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네. 죽이고 싶진 않았어.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좀 패고 싶었지.”

범식은 콧방귀를 뀌며 시선을 피했다.

“그럼 이제 다 끝난 게지? 난 자네가 병실에 누워 있었을 때와 버스에 갇혔을 때 사과했고, 자네는 오늘 털어놨으니 말일세.”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고.”

“다행이군. 아, 말이 나온 김에 말인데. 자네, 이참에 날 삼촌이라고 부르는 건 어떻겠나?”

“뭐?”

당황한 범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삼촌이라고 해 보게. 아버지는 나도 좀 부담스러우니까.”

“…적당히 해.”

“아무리 그래도 이 사람아, 딸이 보는 앞에서 날 더러 영감탱이라고 부르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영감이라고 할게. 됐지?”

“삼촌이라도 해 보래도. 옛말에 어른들 말씀 들어서 나쁠 거 하나 없다고 했네.”

“누가 꼰대 아니랄까 봐. 생각 좀 해 볼게.”

“부끄러워하기는.”

두 사람이 서로의 반응을 보며 미소 짓던 그때였다.

끼익! 드르륵!

백신 센터 건너편 상가의 베란다에서 창문이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소리가 들려왔다.

녹이 슬대로 슬어버린 창틀은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열렸다.

뒤이어 웬 젊은 남자가 그 틈을 비집고 베란다로 나왔다.

정확하게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모습이었다.

그는 베란다로 나오자마자 창문 너머 실내를 향해 낫을 휘둘렀다.

낯선 이의 등장에 놀란 범식과 영만도 망원경으로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콰직!

창틀을 붙잡고 대가리를 내밀던 네발 변종이 몸을 축 늘어뜨리자, 다른 놈이 그 위를 밟고 올라섰다.

영만은 소총으로 그를 도울까도 생각했지만,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날씨로 인해 좀비들이 느려진 이때.

저런 위기조차 이겨 내지 못하면 차라리 지금 죽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푹! 푹!

남자는 창틀을 넘어오는 변종들을 망설임 없이 도륙해 나갔다.

문제는 베란다까지 내몰린 그가 아래로 내려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영만이 사다리라도 갖다 줘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남자는 주저 없이 베란다 밖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무려 3층 높이에서 번지점프를 하듯 뛰어내린 것이다.

그는 자동차 지붕에 착지하자마자 보닛까지 한 바퀴를 구르더니, 폴짝 뛰어서 바닥에 착지했다.

엄청난 수준의 파쿠르였다.

특히나 보닛에서 스프링처럼 일어서면서 뛰어오르는 건, 지붕에 착지할 때 흡수했던 충격을 털어 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거북이 등껍질처럼 딱 달라붙는 가방을 맨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도로에 남은 거라고는 주인 잃은 자동차들과 바닥에 들러붙은 좀비의 살점뿐.

뒤이어 일대가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그가 유유히 도로를 건너오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오는데?”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남자의 목적지는 누가 봐도 백신 센터였다.

그러지 않고서야 굳이 좀비 시체가 곳곳에 쌓인 센터 앞 인도로 다가올 이유가 없었다.

두 사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 * *

같은 시각.

김찬열과 최훈은 울타리 주변을 돌며 경계를 서고 있었다.

좀비 사태를 겪기 전부터 군인의 신분으로 살아온 탓에, 굳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수시로 돌아다니고는 했다.

불량식품을 입에 욱여넣던 최훈이 앞서가는 김찬열을 불렀다.

“야, 찬열아.”

“예?”

“자, 너도 먹어.”

“제 건 다 먹었습니다.”

“그냥 하나 더 먹어, 인마.”

“…알겠습니다.”

김찬열은 평소답지 않은 그의 태도가 의아했지만, 굳이 거절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손바닥에 올려진 건 다 먹고 남은 껍데기 즉, 쓰레기였다.

그러면 그렇지.

“아, 진짜!”

“어우, 이 새끼 눈빛 봐라?”

“이런 건 좀 알아서 버리십쇼. 나이가 몇 살입니까.”

“뭐, 인마? 야, 아무리 세상이 이 모양이 됐어도 고참은 고참이야. 말조심해.”

“고참이 고참다워야지 말입니다.”

“오호, 그래? 너 그 말에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최훈이 두 눈을 반짝이며 묻자, 김찬열은 괜히 불안해졌다.

“또 무슨 소릴 하시려고.”

“너 산에 갇혔을 때 누가 컨테이너에서 널 기다리고 있었냐? 얼어 죽어 가던 너한테 따듯한 보금자리와 수통의 물을 아낌없이 건넨 게 누구냐고.”

“…최 하사님이십니다.”

“그럼 버리고 와, 새끼야. 쫑알거리지 말고.”

승리의 미소를 머금은 최훈이 휘파람을 불며 돌아설 때였다.

“으, 으악!”

아무 생각 없이 울타리를 바라보던 그는 소총까지 놓치며 엉덩방아까지 찧었다.

썩어서 끝이 떨어져 나간 합판 사이로, 눈을 동그랗게 뜬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좁은 공간의 특성상, 머리카락은 하나도 안 보이고 눈과 코만 보여서 더욱 기괴했다.

소리를 들은 김찬열이 황급히 달려오고.

외부 계단을 따라 내려온 범식과 영만도 두 사람과 합류했다.

그리고…….

“놀라게 해서 죄송해요.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일행을 바라보던 남자가 눈웃음을 지으며 친절하게 말했다.

감염자들